예전 식장산 해돋이 전망대를 가본적이 있는데
워낙 전망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음엔 일출시간에 와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올해 동지는 22일
동지 = 하루중 밤이 제일 긴날
밤이 길다는 소리는
일출이 제일 늦게 뜨는 날
그럼 나같은 게으름뱅이도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동지 다음날인 23일 식장산에 오르려고 했으나
비였나 눈이었나 여튼 뭐가 와서 포기
그 다음주가 이전주에 비해 날씨가 제법 풀리고
크리스마스 이후로 눈이 안왔고
새해 첫날은 사람들이 많이 붐빌테니
토요일인 30일이
조용한 일출 감상에는 최적이다
그렇게 조금 이른 2024년 맞이 일출 등산을 떠나게 되었다.
2023.12.30 식장산
일출 예상 시간이 오전 7시 30분~40분 정도였기에
버스 운행을 기다렸다가 출발하면 너무 늦을거 같아
조금 일찍 일어나서 타슈 자전거(오전 5시부터 대여 가능)를 이용하여
천변 산책로를 타고 이동하여 대성삼거리까지 이동한다.
새벽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천변 산책로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나와 같이 타슈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도 목격
나같은 게으름뱅이에겐 생소한 풍경이다.
대성삼거리 버스정거장 근처에 타슈를 반납하고
식장산행을 시작한다.
아니... 이제 5시 30분인데 벌써 내려오고 계신 어르신을 발견
오른쪽 빗자루질 하시는 어르신과 아는 사이신가보다
지나가며 원치않게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어르신(여): 아유 벌써 올라갔다 왔어유?
어르신(남): 그러니께 잠이 도통 와야 말이지~
...
지금이 오전 5시인데 내려오고 계신다는 소리는
적어도 새벽 3시부터 올라가셨다는 소린데...
일출전 산행이라 매우 어두울것을 예상하긴 했지만
아뿔싸 어두워도 너무 어둡다.
사진상에 흰색 승합차 오른쪽 산길이
이쪽 루트로 오면 이용하던 산길이었는데
칠흑같이 어두워서 순간 당황
후레시로 쓰려고 휴대폰도 하나 더 가지고 왔지만
본래 진행하려던 방향은 너무 어둡고
고산사로 올라가는 포장길은 가로등이 켜져있어서 환했다.
그렇게 가로등 불빛에 이끌려
고산사 방면 포장길로 선회한다.
한참 올라가다 보니 개들이 근처에서 짖기 시작하는데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짖는 소리의 방향이 내 뒤쪽으로 바뀌더라
뭐지 싶어 뒤를 돌아보니
목줄 없는 개가 나를 쫓아오며 짖고 있다
순간 움찔했는데
쫄아서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면 더 쫓아 올거 같아서
가만히 서서 노려보니
녀석은 이내 뒷걸음질을 치면서 짖기 시작한다.
내가 앞을 보고 걸으니
개는 다시 쫓아오며 짖고
내가 뒤 돌아보니
개는 다시 뒷걸음질 치며 짖고
이걸 몇번 반복하다가 녀석도 지쳤는지
자기 집으로 돌아가며 짖더라
인적이 드문 곳이라 개키우는건 많이 본 광경이지만
목줄까지 안해놓는것은 조금 위험하지 않나
포장길이 끝나는 지점인데
이어지는 등산로에 가로등이 있다!
이게 왠떡이냐
그저 감사감사를 외치며 포장길 트래킹을 끝내고
등산로로 진입한다
하지만 환한 등산로는 그렇게 길지 않았고
이내 칠흑같은 어둠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사진이 실물과 달리 너무 어둡게 나왔는데
실제로 봤을땐 달빛이 쌓인 눈에 반사되어
후레쉬 안켜고도 올라갈 수 있겠다 싶을정도로 환했다.
눈이 다 녹은 곳이 있는 반면
사진과 같이 눈이 쌓여있는 곳도 있다
양지와 음지의 차이일까?
달을 보니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항상 행운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느라
정작 발밑에 가득한 행복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지
나 또한 해라는 행운을 위해
달이라는 행복을 놓치고 있던거 아니었을까?
가득한 세잎클로버 중에서 네잎클로버만 찾으려는 사람들 같이 말이다.
일출 한번 보겠다는 미명하에 산을 오르던 나에게
등산길 내내 뒤에서 은은한 빛을 비추어 주던 달을 놓치고 있었구나
나 또한 해 보다는 달이 어울리는 사람인데
또 한번 나를 반성하게 된다.
눈이 녹지 않은 곳은 발을 딛으면 푹푹 들어간다
아이젠같은 동계 등산 장비들도 없으니
눈 쌓인 길에선 아주 천천히 올랐다
여기까지 왔으면 다 올라왔다고 보면 된다.
윗사진의 정자부터 정상까지의 길은
햇빛이 들지 않는지
쌓인 눈이 그대로 였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천천히 올랐다.
보통 대성삼거리부터 정상까지 한시간 이내로 걸렸던거 같은데
어두운 데다가 눈길이라서 천천히 걸어온덕에
평소보다 더 많이 걸렸다.
지금 있는 곳도 명칭은 해돋이 전망대이긴 한데
아무리 봐도 전파탑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을거 같다.
원래 목적지인 식장산 해돋이 전망대 방향으로 향하려는데
눈이 많이 쌓여있다
갈까 말까 살짝 고민했는데 강행하기로
2개의 해돋이 전망대 연결로는
짧은 구간에 등산로를 만들다보니 그런건지
급경사 급하강 구간이 좀 많다
거기다 눈까지 쌓여있어서 힘듦은 두배
하산할때 다시 거슬러 와야 하는데
되돌아올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조심조심 천천히 철책옆길을 지나면
곧 식장산 해돋이 전망대에 도달한다
이윽고 헬기장에 도착
저 뒷편으로 얼핏 보이는 야경이 기가 막힐거 같다.
살짝 설레는 맘으로 발길을 재촉
조명이 대낮같이 환하게 켜져있는데
여기서 얼핏 봤을땐
'왠 거북선이 있지?' 했다
'식장루'라는 전망대가 생겨있고
그 옆에 '날망채'라는 시설(아마 실내 대기 시설 아닐까)
그 뒷쪽으로 신식 화장실이 생겨져 있다.
2015년에 왔었을땐 이런 시설들이 없었는데
관광명소로 만드려고 한건지
이전 대비 환골탈태 수준
오늘 날씨가 비 또는 눈이었고
안개가 자욱할거라고 해서 그런건지
나말고 아무도 없다
혼자서 모든 시설을 전세낸듯이 왔다 갔다 했다
없던 안내판도 생겨있다.
식장산의 모든 등산도가 나와 있는데
대전 둘레산길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도 표시되지 않은 길이 있었으니...잠시후 공개
이런 광경은 야간에 비행기를 탔을때만 볼수있는 모습인데(비행기 안타봄)
저 멀리 지평선이 마치 바닷가 수평선을 보는 느낌
수많은 가로등 불빛과 더불어 자욱한 안개가
예전 만화영화에서 보던 우주도시 같은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예상치 못한 야경에 대만족
저멀리 붉은 노을이 보이는데
산과 수풀에 가려 그 노을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어? 일출 안보일거 같은데?'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니 해는 동쪽에서 뜨는데
왜 전망대 서쪽방향을 보고
'와 여기 일출때 오면 풍경 좋겠네'
이런 생각을 한거지?
일몰을 생각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이런 바보가 또 있을까 ㅜㅜ
현실부정 단계에 접어들어
현실부정1: '아니야 저쪽 헬기장으로 가보면 잘 보일지 몰라'
싶어 헬기장 쪽으로 다시 올라가봤으나
이쪽은 근처 나무에 가려져서 더 안보인다
현재 시간은 오전 7시 14분
예상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30분~40분
아까 거쳐온 해돋이 전망대로 돌아가기엔
눈이 많아 미끄러워 위험하기도 하지만
시간상 가는 도중 해가 떠버릴 것이다
몇발자국 움직인다고 잘 안보이던게 잘 보일리가 있나
현실부정2: '이렇게 일출 각이 안나오는데 무슨 해돋이 전망대야'
계속 되는 현실부정 단계
현실부정3: '명칭을 해넘이 전망대로 바꾸던가 하지...'
현실부정 단계를 거쳐 자포자기+현실수긍 단계로 넘어간다
현실수긍1: '그래 멋진 야경 하나 건졌으면 됐지'
현실수긍2: '뭐 일출이 대수냐. 해 보이면 그게 일출이지'
현실수긍3: '여기 서서 보다보면 언젠간 해 뜨는거 보이겠지'
일출시간에 뜨는 모습을 보기는 틀린거 같고
여기서 언제 보일지 모르는 해를 마냥 기다리기로 한다.
예정됐던 일출시간이 되니 환하던 식장루 내부 조명들이 모두 꺼졌다.
일출시간에 맞춰서 꺼지게끔 되어 있는듯?
다시보는 동구 풍경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는 모습이 마치
바닷가에서 멀고먼 수평선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
전에 겨울에 바닷가를 갔을때도
한참 멍때리면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봤던 바닷가 못지 않게
한참 멍때리면서 봤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엔 너무 추워서
식장루 2층 전체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구석쪽에서 해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기대한것보다는 조촐한 일출이었지만
현실수긍4: '해 뜬거 본게 어디야'
이내 수긍해버렸다
혹시 구름에 가려진 해의 모습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시간 가량 기다려봤지만
저질 폰카메라+짙게 낀 구름 덕에 담지 못하고
https://youtube.com/shorts/tb0iF8AL0l4?feature=share
해는 한참전에 떠버린 상황이라
더이상 머무르는건 시간낭비라고 판단
하산을 시작한다.
원점회귀를 하기엔 전망대 사잇길이 눈이 많고 가파라서
되돌아갈 엄두가 도통 나질 않아
도로를 이용해 세천쪽까지 가서 대전 시내로 가기로
인도쪽이 나무데크로 만들어져서 도로와 구분되어 있다.
2015년 당시에 이쪽으로 와본적이 없어서
그때도 나무데크 인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
동계기간동안 차량출입을 통제한다고 했던거 같은데
제설이 된거 보니 차량 통행이 있긴 한가보다
정상 군부대 보급용 차량운행 아닐까 싶다
등산로를 표시하는 노란리본이 걸려있다.
그런데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계속 도로를 이용해 하산
내려가다보니 차도 다닐만한 큰 임도가 나왔다
사이즈가 보문산 순환숲길에 버금가는 큰길이다.
이정표를 보고 순간 눈을 의심했다
개심사라고?
내가 올라왔던 곳인데?
안내판을 보고 나서야 내 눈에 품었던 의심을 풀었다.
여기서부터 개심사 및 고산사까지
자동차도 왕복 가능한 임도를 만들어 놨구나
전망대에 있던 안내판에도 나와있지 않던 부분인데
임도가 생긴지 그리 오래 되진 않은듯하다
워낙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세천방향 도롯길로 하산하던 거였는데
임도가 워낙 크고 넓직하게 되어 있어서
임도를 이용하여 고산사방면으로 하산하기로 계획을 수정한다.
임도가 워낙 넓고 경사도 완만한 편이라
쌓인 눈이 제법 남아있음에도 수월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방풍 비닐로 둘러쌓여 있는 쉼터는 처음 봤다.
한분이 앉아 계셔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멀리서 사진만
임도 안쪽으로 조그마한 계곡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데
거기에 호스로 연결된 물줄기로
물레방아가 열심히 돌고 있다
여기서 도로를 이용해 은어송마을 방면으로 내려가느냐
평소 이용하던 고산사 옆 산길로 가느냐
잠깐 고민을 했지만 원래 하산 계획은
1. 고산사 방면으로 하산하여
2. 타슈 자전거를 타고 맥도날드까지 이동
3. 맥모닝 세트를 아침으로 먹기
맥모닝을 오전 10시 30분까지만 판매하는데
현재시간 오전 9시 39분. 시간이 촉박하다.
그리하여 계획대로 타슈 스테이션이 가장 가까운 고산사 방면으로 향한다
맥모닝 타임이 임박하기에 조금 속도를 내서 하산에 집중
입산때 보였던 하얀색 승합차가 아직도 보인다.
뛰다 걷다를 반복한 끝에 타슈 스테이션에 근접
오른쪽 옆으로 올라가고 있는 하늘채 아파트가 보인다.
그렇게 타슈를 타고
한밭야구장 네거리 근처 맥도날드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18분
가까스로 맥모닝을 주문하는데 성공
타슈를 반납하며
일출로 시작해 맥모닝으로 끝난
해돋이 전망대 산행기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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